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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화 염라대왕
한 예부시랑이 ‘자발적으로’ 나와 섭정왕에게 인사를 올렸다.
“전하께서 취보헌에 행차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소신이 멀리까지 마중 나가지 못해 송구합니다. 어서 들어와 앉으시지요. 취보헌이 전보다 훨씬 멋지고 화려해졌습니다.” 섭정왕은 싸늘한 표정을 지을 뿐 아부를 떠는 예부시랑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성큼성큼 대청으로 들어갔다.
허리를 굽히고 있던 예부시랑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대청으로 들어온 섭정왕은 주변을 쓱 훑어보았다. 만나고 싶은 이는 보이지 않았다.
취보헌 점장 이무전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점원을 2층 심균당에게 보냈다.
대청에 있던 손님들은 싸늘한 섭정왕의 얼굴을 보고 늦가을 매미처럼 몸을 파르르 떨었다.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고 손님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싸한 분위기에서는 연회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이무전은 염치불고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하, 쇤네는 취보헌의 점장이옵니다. 저희 취보헌에서 오늘 연회가 있습니다. 전하께서 괜찮으시다면 연회에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섭정왕은 겁을 잔뜩 먹은 중년 남자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곤 얼음처럼 차갑게 말했다.
“영흥후는 어디에 있느냐? 나를 이리 홀대할 셈이냐?” 이무전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몹시 당황하며 말했다.
“전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쇤네가 주인을 모셔 오라 사람을 보냈습니다. 영흥후 나리께서는 방금까지 큰아씨와 회포를 풀고 계셨습니다. 두 분께서는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라 이야기가 길어지신 것 같습니다. 전하께서 널리 헤아려 주시옵소서.” 이무전은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점원을 불러 주인을 모셔 오라 일렀다.
2층 방에서 큰누나와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심균당은 섭정왕이 왔다는 소리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심균당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세이프게임
‘염라대왕이 무슨 일이지? 나 때문에 온 건가?’ 심균당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풍이 급히 올라와 섭정왕이 왔다고 심균당에게 전하자 심심문도 크게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
섭정왕은 상대하기 버거운 호랑이였다. 아버지도 섭정왕 앞에서는 제대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언제부터 섭정왕이 내 동생을 괴롭히기 시작한 걸까?’ 섭정왕이 모질고 독한 사람인 건 연나라 백성이 모두 아는 사실이었다.
심심문은 걱정스럽게 동생의 손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아당아, 섭정왕 전하가…… 왜 온 것이냐?” ‘나도 몰라요!’
심균당은 속으로 외쳤다. 세이프파워볼
‘초대장도 보내지 않았는데 왜 온 거야!’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킨 심균당은 큰누나의 손을 토닥여 주었다.
“누님,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여기에서 쉬고 계세요. 무료하면 후원으로 가 계시고요. 거기에 여자들만 따로 쉴 수 있는 장소가 있어요.” 심균당은 큰누나를 잘 보살피라는 의미로 청풍에게 눈짓했다.
심균당은 머리를 정리한 후 할 수 없이 ‘무시무시한’ 섭정왕을 상대하러 내려갔다.

1층에 내려오니 ‘군계일학’의 귀인이 보였다. 이무전은 섭정왕 옆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서 있었다.
섭정왕은 대청 중앙에 우뚝 서 있었다. 그는 앉지도 걷지도 않은 채 취보헌을 눈으로 훑었다.
섭정왕이 꼼짝도 하지 않자 손님들도 감히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초대장을 들고 찾아온 귀빈들은 목을 잔뜩 움츠린 채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심균당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파워볼사이트
섭정왕이 반 시진 동안 서 있다간 연회고 뭐고 끝장이었다.
‘염라대왕아, 내가 잘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거지!’ 심균당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쩌다 더럽게 재수 없는 섭정왕을 만나게 됐는지 나 참 원. 돈 좀 벌어 보려고 했더니 훼방꾼이 나타났구먼! 할 수 없지, 내가 저 물건을 치우는 수밖에!’ 심균당은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는 잰걸음으로 섭정왕에게 다가가 허리를 깊이 숙여 예를 올린 다음 미소를 지었다.
“전하, 나랏일로 바쁘실 텐데 소신의 누추한 가게까지 어인 일로 발걸음을 다 하셨는지요?” 섭정왕은 눈을 가늘게 뜨고 화가 치밀어 이를 가는 심균당과의 거리를 좁혔다. 소매에 가려진 주먹을 꼭 쥔 섭정왕은 당장에 심균당을 따끔하게 혼내 주어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알리고 싶었다. 그래야 다음부터 뒤로 허튼수작을 하지 않을 테니까.
주먹이 근질근질했지만 섭정왕은 섣불리 행동하지 않았다.

섭정왕은 차갑게 웃었다. 웃음소리는 뼈를 뚫고 들어오는 것처럼 오싹했다.
“나는 나랏일에 얽매어 옴짝달싹하기도 힘든 판인데 파워볼게임사이트 영흥후는 아주 시간이 남아도나 보오. 이렇게 연회까지 여는 걸 보니 말이오. 연회가 있다고 하니 내 어찌 자리를 빛내 주지 않을 수 있겠소!” 싸늘한 말투에서 섭정왕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하지만 심균당은 그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몰랐다.
진국후한테서 받은 국화를 몽땅 떠넘겨서? 아니면 저질 차를 선물해서?
두 가지 외에는 섭정왕의 비위를 상하게 한 적이 없다고 심균당은 확신했다.
더구나 국화와 차는 섭정왕이 달라고 한 것이지 심균당이 주겠다고 한 것이 아니었다.
군주를 모시는 일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과 같다고 하더니 염라대왕은 황제도 아니면서 황제보다도 모시기가 더 힘들었다. 지금도 그 깊은 속을 헤아리기가 힘든데 나중에 섭정왕이 정말 황위에라도 오르면 심씨 가문은 연나라에서 발붙일 곳이 없게 될 터였다.
섭정왕은 심기가 불편할 때마다 심균당을 영흥후라고 불렀고 기분이 좋을 때는 ‘아당’이라고 불렀다.
‘영흥후라고 부르는 걸 보니 삐쳐도 단단히 삐쳤군!’ 심균당은 대청에 모인 손님들이 점점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는 걸 감지했다. 더 이상 섭정왕을 대청에 그대로 두면 안 된다는 걸 깨닫고 심균당이 말했다.
“소신이 전하께 2층 방을 보여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신지요?” 심균당은 섭정왕과 독대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섭정왕을 대청에 그대로 두었다간 연회는 시작도 못 할 것 같았다.
섭정왕은 아무 말 없이 심균당이 이마에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도록 빤히 쳐다보았다.

섭정왕이 말이 없었기 때문에 2층에 가겠다는 건지 알 수 파워볼실시간 없어 심균당은 굽실거리며 손으로 안내하는 자세를 취했다.
섭정왕은 심균당을 흘낏 쳐다본 후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결국 계단으로 걸어갔다.
심균당은 속으로 길게 숨을 내쉬었다.
심균당은 걸어가면서 슬쩍 이무전에게 눈짓했다.
‘섭정왕 전하를 접대해야 해서 몸을 뺄 수 없으니 귀빈들을 알아서 잘 모시게.’ 눈치가 빠른 이무전은 금방 주인의 의중을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주인에게 주먹 쥔 손을 감싸 올리며 화답했다.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사옵니다.’
섭정왕은 앞으로 걸어가다가 심균당 특유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자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심균당은 이무전과 손짓을 교환하고 있었다.
심균당의 얼굴을 보고 잠시 화를 참았던 섭정왕은 다시 가슴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섭정왕은 간신히 화를 참고, 저음이지만 평소보다는 더 위엄 있게 말했다.

“뭘 꾸물거리는 것인가! 내가 영흥후를 기다려야 하는가?” 심균당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잽싸게 섭정왕을 따라갔다. 그 모습이 소스라치게 놀란 햇병아리 같았다.
대청에 있던 귀빈들은 가녀린 영흥후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심균당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영흥후부의 명성과 위세는 예전만 못했다. 영흥후부에는 이제 비쩍 마르고 허약한 심균당만 남아 호랑이처럼 사나운 섭정왕한테 험한 꼴을 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참아야만 했으니 사람들은 심균당을 불쌍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심균당이 보잘것없고 하찮아 보이는 덕에 섭정왕이 영흥후부를 완전히 숙청하지 않았을 거라고 사람들은 짐작했다. 영흥후 심균당이 위협적인 존재였다면 악랄한 섭정왕이 진즉에 제거해 버렸을 것이다.
영흥후가 섭정왕 앞에서 고양이 앞의 쥐처럼 꼼짝도 못 하는 걸 보니 앞으로도 영흥후부가 세력을 키우기는 영 글러먹은 듯했다.
섭정왕이 영흥후 심균당을 살려 둔 건 순전히 놀려 먹는 재미를 만끽하기 위함일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 섭정왕이 싫증을 느끼면 심균당의 목이 저잣거리에 걸려 있게 될 것이다. 적어도 사람들은 그렇게 예상했다.
귀빈들이 쑥덕거리는 사이 심균당은 섭정왕과 함께 2층에 다다랐다.

심균당도 눈치가 있는지라 금세 상황을 판단했다. 염라대왕이 왜 갑자기 자기 일에 훼방을 놓는지는 몰랐지만 연나라에서는 그의 권한이 제일 막강하니 비위를 최대한 맞춰 주는 수밖에 없었다.
주인이 올라오자 수종 장수가 다가와 귓속말했다. 심균당은 고개를 끄덕였다.
큰누나 심심문은 다른 계단을 통해 1층 후원의 여성 접객실로 갔고 조금 전 사용했던 그녀의 방은 비어 있었다.
취보헌의 2층 방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섭정왕을 접대하기 위해 따로 방을 마련해 두지 않았고 일부 방에는 손님이 쉬고 있었다. 심균당은 할 수 없이 자기 방으로 섭정왕을 안내했다.
섭정왕 진윤은 보석가게가 처음이었다. 겉에서 보기에는 보잘것없었지만 들어와서 보니 별천지나 다름없었다.
2층 방들의 구조와 장식도 무척 흥미로웠다.
심균당은 섭정왕을 제일 안쪽 방으로 안내했다.
섭정왕이 방으로 들어가자 진천화가 뒤따라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발을 내려놓기도 전에 섭정왕이 싸늘하게 진천화를 훑어보았다. 진천화는 즉시 눈치를 채고 바로 뒤로 물러나 문을 지켰다.
두 사람 뒤에 있던 심균당은 들어가려던 진천화가 다시 나오는 걸 이상하게 여겼다.
진천화는 젊은 영흥후가 오해한다는 걸 깨닫고 눈짓했다. 하지만 눈을 아무리 깜빡거려도 영흥후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진천화는 기둥에 머리를 박고 싶었다. 평소에 눈치가 빠른 영흥후가 왜 결정적인 순간에 멍청하게 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심균당까지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방에 들어왔는데도 심균당이 따라 들어오지 않자 섭정왕은 인상을 구겼다. 휘장을 들어올려 밖을 보니 심균당과 진천화가 서로 눈짓을 교환하고 있었다.
분노의 불길이 다시 타올랐고 이번에는 섭정왕도 참지 않았다.
섭정왕은 주먹을 꼭 쥐며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천화, 이따 돌아가면 벌을 내리리라! 영흥후, 빨리 안 들어오고 뭐 하는 것이냐. 나를 또 기다리게 할 셈이냐!” 심균당은 몸을 떨며 울상을 지었다.
‘어찌 염라대왕을 기다리게 할 수가 있겠어요! 시위대장이 먼저 들어간 다음에 들어가려고 기다린 거란 말이에요!’ 섭정왕의 기에 눌려 심균당은 목을 잔뜩 움츠린 채 방으로 들어갔다.
최측근 시위로서 진천화는 섭정왕의 마음속 ‘추잡한 속셈’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순간 머리를 굴린 진천화는 심균당이 방으로 들어가자 바로 문을 닫았다.
진천화는 닫힌 문에 기댄 후 귀를 쫑긋 세웠다.

그는 엿듣기를 시도했다.
2층 방에는 휘장 외에도 문이 있었다. 휘장만 쳐 두면 출입이 편했다.
진천화가 문을 ‘쾅’ 하고 닫는 소리가 들리자 심균당의 심장이 콩닥콩닥 빨리 뛰기 시작했다.
방에 들어온 심균당이 입도 떼지 않았는데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그를 압박했다.
섭정왕의 거대한 체구는 심균당을 집어삼킬 듯 압도했다. 그는 두 팔로 심균당의 양쪽 막고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했다.
섭정왕은 심균당의 맑은 눈에서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듯 똑바로 쳐다보았다.
영흥후부에서 당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심균당은 단둘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또다시 섭정왕이 돌발행동을 하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심균당은 자신을 가둔 염라대왕을 똑바로 마주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체가 탄로날까 두려워 온몸에서 식은땀이 계속 흘러내렸다.
오늘 나올 때 백매가 잊지 않고 ‘그 물건’을 챙겨 준 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때 심균당의 아랫도리에는 묵직한 그 물건이 자리를 잘 잡고 있었다.
하지만 섭정왕의 ‘특이한 취향’이 떠올라 심균당은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얼굴이 찡그려졌고 눈빛에도 공포가 서렸다.
심균당은 둥근 공처럼 몸을 움츠려 막힌 공간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섭정왕한테서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그가 자제력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

섭정왕이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라면 심균당은 어린 꽃사슴이었다.
섭정왕은 심균당이 다른 남자 앞에서 즐겁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았다.
조금 전에는 중년 점장과 눈빛을 교환하기도 했다.
심균당이 유독 자기한테만 뻣뻣한 게 섭정왕은 몹시 불만스러웠다.
‘정작 내게는 그리 뻣뻣하면서 왜 다른 남자들에게는 웃어 준단 말이냐!’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순간 분노는 욕망으로 바뀌어 이성을 마비시켰다.
심균당은 대담하게 힐끗 그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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