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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팽성운, 석원, 언영제는 처음에 자신들의 귀가 잘못된 줄로만 여겼다.
하나 소어의 이어지는 한 마디에 그들의 얼굴에 경악이란 두 글자가 오롯이 새겨졌다.
“해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그 칼 집어넣고 사과해.” 팽성운 무리가 소어의 눈을 바라보았다.
어떤 감정의 동요도 담기지 않은 초연한 눈.
그런 눈으로 저런 말을 내뱉는다는 건, ‘최소한 믿는 구석이 있는 놈이군.’ 소년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때문에 더 화가 치밀었다.
특히 모용세가를 극도로 싫어했던 팽성운은 당장이라도 소어를 씹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모용세가의 외부제자라고 했나?” “그래.”
“사람은 자기가 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건 알고 있겠지?” “당연.”


“그럼 넌 그 말에 책임을 지겠단 거네?” “왜 이리, 혓바닥이 길어? 어서 칼 파워볼사이트 집어넣고 사과나 해.” 소어의 고압적인 언행에 당씨 남매는 너무나도 당혹스러웠다.
그들이 본 소어는 무공이 경천동지할 수준일지언정, 절대 남에게 겁박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영특해서 남에게 당할 만한 인물도 아니었지만, 이처럼 무서운 소어의 태도는 처음이었기에 두 사람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저기, 진 소협…” 당일기가 사태를 수습하려 입을 뗐다.
만약 시비가 불거진다면 팽성운 일행은 일초지척에 피떡이 될 터였으니까.
당일기는 그런 불상사를 막고 싶었다.

하지만.
“건방진 새끼. 모용가의 배경을 믿고 까부는 것이렷다? 내 오늘 무림의 선배로서 네놈과 저 망할 년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겠다.” 팽성운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아이고… 맙소사!’ 울고 싶어진 당일기였다.


“여기 있어.” “뭐? 나도 같이 갈 거야.” “내 말 들어. 금방 올 거니까.” 단호한 소어의 말에 모용화가 얼어붙었다.
팽성운 일행은 소어를 한적한 곳으로 데려가려고 했는데, 소어가 당씨 남매와 모용화에게 따라오지 말라 파워볼게임 일렀다.
“진 소협…” 당일기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떠올랐다.
소어는 그런 당일기를 향해 전음성을 날렸다.
[당 소협의 입장은 잘 알고 있어요. 다 감안해서 처신할 테니 너무 걱정 말아요.] 소어가 이렇게까지 나서니 당일기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어이, 꼬맹이. 슬슬 가지그래?” “후후, 본 교관들은 자비가 없단다. 뒤질 각오해.” “곤죽을 만들어 버릴 테니까.” 팽성운 일행이 소어를 비웃으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소어도 그들을 따랐다.
네 사람은 일각 정도 빠르게 걸어 한적한 수림으로 들어갔다.
“클클, 널 왜 이런 조용한 곳으로 데려온 건지 아냐?” “이곳엔 널 살려줄 사람들이 없거든.” “하나만 약속해라. 오늘 일을 절대로 발설하지 않겠다는 것. 설마 처맞고 당장 모용가로 쪼르르 달려가서 고자질할 셈은 아니지? 하하하.” 팽성운, 석원, 언영제는 박장대소하며 소어를 조롱했다.
하나 소어는 쾌재를 불렀다.
“잘됐네.” “뭐?”
“남아일언은 중천금이다. 너희야말로 고자질할 생각하지 마.” “우릴 뭘로 보고! 만약 우리가 너한테 처맞게 된다면 큰 형님으로 모셔주마. 미친 새끼.” 팽성운 일행의 입꼬리가 음산하게 뒤틀렸다.
‘남자답긴 하네. 패도 뒤탈이 없겠어.’ 그들의 발칙한 상상이 이어질 때.
-따악!
“어…?” 석원은 머리통에 둔탁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서… 석원… 너…” “피… 피야!” 세 사람 중 누구도 석원의 머리에서 어떻게 피가 흘러나오게 되었는지 보지 못했다.
그들이 볼 수 있는 건 오직 피가 흐르는 석원의 머리통과 소어의 싸늘한 미소뿐이었다.
-따악!
“으악!”
-따악!
“악!”
두 번의 굉음과 두 번의 신음이 또다시 이어진다.
“이게 무슨…?” 팽성운 일행은 너무 황당해서 어이없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새삼 신경을 짓누르는 격한 통증에 미친 듯이 몸을 떨었다.
“내 사매가 싸가지 없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너흰 좀 맞아야 돼. 엔트리파워볼 우선 EOS파워볼 시비를 먼저 걸었고.” -따다다닥!
“건방지게 검을 뽑아 들었고.” -파파파팍!
“모용세가를 욕했어. 적어도 내 앞에서 그러면 안 되지. 난 모용세가에 은혜를 받은 사람이거든.” -타타다다닥!
소어는 십초무적공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태경심법의 내력을 폭사하지도 않았다.
그냥 소어는 그들을 때렸다.
주먹으로 머리를 쥐어박고 콧잔등을 때리고 옆구리를 걷어찼다.
한데도 팽성운 일행은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소어는 박투술의 귀재다.
때문에 소어의 손발은 그 어떤 자연석보다도 단단해 둔기나 다름이 없었고, 평소 모용천에게 생나무로 두 시진씩 구타를 당한 경험 덕분에 어디를 어떻게 때려야 인간이 가장 아파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크… 크아아아악!” “아아아악!” 그제야 팽성운 일행은 무언가 일이 크게 잘못되었단 사실을 깨달았다.
차라리 소어가 검을 뽑아 들고 목숨을 위협했다면 무림의 후기지수들답게 죽을 각오로 덤비기라도 했을 터다.
하나 이건 비무나 혈투라기보단 일방적인 구타,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상대의 공격을 볼 수조차 없는데 어찌 전의가 생기겠는가.
그들은 그저 x됐다는 생각과 이 구타가 제발 끝났으면 좋겠다는 절실한 희망만을 가슴에 품고 참회의 시간을 맞이해야 했다.
“지… 진 소협. 그만 좀… 설마 우릴 진짜 죽일 셈이오?” “시비를 걸어 미안하오. 그만…” 소어는 코웃음이 튀어나왔다.
‘어이없는 녀석들이네, 풋.’ 어떻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토록 빨리 태도를 바꾸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 터다.
하나 손을 멈추진 않았다.

[누군가 너를 괴롭히려 할 때면, 두 번 다신 덤비지 못하도록 손속에 사정을 두지 말아야 한다!]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어길 수야 있나.
명색이 투신의 수제자인데.


일각(15분가량)…….
분명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팽성운 일행에겐 10년과도 같은 끔찍한 악몽의 시간이었다.
그들은 아팠다.
그리고 놀랐다.
어떻게 사람이 죽지 않을 곳만 찾아서 그토록 아프게, 그리고 고도화된 기술로 구타를 시전하는지 의문스러울 지경이었다.
뼈가 부러지지도 않았고, 내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다.
물론 두피가 찢어져 피가 흘러나왔지만 이런 외상쯤이야 무림인에게 일상다반사기에 별일이 아니었다.
다만 얼굴이 좀 우스꽝스럽게 부어오르고 대퇴부가 시퍼렇게 물들었으며, 근육이 터져 당분간은 고생깨나 하게 생겼다.
그리고 죽도록 아팠다.
“본 교관은 자비를 베풀지 않아.” 소어는 팽성운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되돌려주며 슬쩍 미소 지었다.
‘이… 악마 같은 자식!’ ‘히… 히익!’ ‘저게 사람 새낀가?’ 세 사람은 소어의 미소를 보고 치가 떨려왔지만, 대꾸했다간 다시금 구타가 이어질까 봐 합죽이처럼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특별히 당 소협의 입장을 봐서 오늘은 이쯤 하겠다.” “가… 감사하오. 진 소협.” “아이고…” “삭신이… 윽…” 긴장이 풀리자 몸이 더 아려오는 듯했다.
소어는 그런 그들을 보며 다시금 피식 웃었다.
‘기세등등하더니, 악바리는 한 놈도 없잖아? 오히려 순한 놈들이네. 하하.’ 소어는 그렇게 로투스바카라 생각했다.
독한 놈들이었다면 맞아 죽더라도 이를 갈며 덤볐을 텐데 어찌 된 영문인지 무림 10대 후기지수라 불리는 녀석들의 수준은 고작 이 모양이었다.
‘분명 명문가의 자제들이라 소문이 부풀려진 거겠지.’ 소어는 이들이 당일기나 당화린보다 훨씬 더 무공이 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일기만 하더라도 절대 이처럼 허무하게 당하거나 일각의 구타로 무릎을 꿇는 비굴한 짓은 하지 않을 터였으니까.
“억울해?” “아… 아니오.” “억울은 무슨, 우리가 먼저 잘못을 했는데!” “전혀요!” “너무 상심하지 마. 나는 너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지옥 같은 수련을 견디며 무공을 익혔으니까.” 확실히 소어는 영특하다.
사람을 그렇게 패놓고, 이젠 슬슬 그들을 달래려 하고 있었다.
타고난 처세술이라 할 만했다.

“난 말이야…….” 소어가 본격적으로 입을 열었다.
수다쟁이 기질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소어는 사건의 발단과 과정부터 왜 너희가 처맞을 수밖에 없는 것인지에 대해 너무나도 상세히, 그리고 설득력 있게 말을 이어나갔다.
‘혹시…’ ‘수다쟁이…’ ‘인… 건가?’ 팽성운 일행은 내심 어이가 없었지만 감히 말을 끊었다간 봉변을 당할까 싶어 귀를 기울였다.
한데 듣다 보니, ‘묘하게…’ ‘빠져들잖아?!’ ‘허… 이 악마 같은 자식이 그런 고충이 있었다니!’ 소어는 어느새 그들에게 무공에 대한 설파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자! 그러므로 너희는 약속을 지켜야겠지?” “어떤?”
“날 큰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했잖아.” “앗!”
“하지만 너흰 나보다 나이가 두세 살 많으니까, 큰 형님으로 모시긴 좀 그렇겠지?” “화… 확실히, 좀 그렇지요!” “그럼 이렇게 하자.” “네?!”
“이제 친구야.” ***
처음에는 억울했다.
물론 분한 생각도 들어 이 일을 공론화해서 모용세가에 공식적으로 항의를 할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팽성운은 이내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확실히… 소어의 무공은 역대 최강이다. 저 나이에 저런 미친 수준의 고수가 있다는 건, 아예 말이 안 돼. 분명 남궁문 그 재수탱이보다 훨씬 더 강할 거야. 아니, 남궁문이 뭐야? 아예 웬만한 문파의 중진인이라 해도 소어한텐 안 될걸?’ 그런 생각이 들자 절로 화가 가라앉았다.
‘어쩌면 이건…’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분명 소어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면 무림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터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강호 최정상이 될 소어에게 줄을 서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더구나 형님으로 모시는 게 아니라, 친구가 되는 거라면…? 꽤 근사하잖아?’ 참 한심한 생각이긴 하다.
당당하고 거침없는 하북팽가의 소공자가 이런 졸렬할 생각을 한다는 것을 누군가 알게 된다면 비웃을 게 분명할 터.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
부끄러움은 한순간일 뿐.
한번 잘 사귄 인맥은 때때로 엄청난 힘이 되는 것이 세상사 진리인 것을.


소어와 팽성운 일행이 돌아온 것은 반 시진이 지난 후였다.
당씨 남매나 모용화는 초조하여 미칠 것 같은 지경에 소어가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그들은 경악했다.
팽성운 일행의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일방적이고 무자비한 폭력의 흔적을 유추할 수 있을 만큼.
하나 그들은 억지웃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소어의 눈치를 슬슬 살피면서 말이다.
“성운이, 원이, 그리고 영제.” “응.”
“그래.”
“소어야.” 어느새 완전히 바뀌어버린 네 사람의 어투에 당씨 남매와 모용화의 얼굴에 경악이 그려졌다.
“내 사매한테 사과해.” 소어가 이르자, 팽성운 일행은 즉시 입을 열었다.
“모용 소저. 내가 미안하오.” “말이 심했소.” “부디 용서를!” 모용화는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이다.
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나 그때, 소어가 모용화를 향해 무거운 음성으로 말문을 뗐다.
“사매.”
“어… 응?” 모용화는 저도 모르게 사매란 부름을 듣고 대답을 하고서 스스로도 당혹스러워했다.
“사매도 사과해. 어서.” 왜일까.
모용화는 이 말을 무조건 들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왜지…’ 모용화는 아직도 사과할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왠지 모를 감정과 압박감이 그녀의 말문을 열리게 했다.
“저… 저도 죄송해요. 소협들.” 그제야 소어가 모용화의 머리를 한 번 쓱 만져주며 웃음을 머금었다.
“잘했어, 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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